시/신춘문예,신인상1 2019년 <창작21> 가을호, 신인상 당선작/화문(花紋)외 4편-이중동 화문(花紋) 한바탕 가을비가 지나간 날 철제대문 페인트 틈으로 비치는 녹물을 본다 빗물이 바람의 씨를 받아 꽃을 피운 것일까 늦가을 마른 꽃 같은 무늬가 생겼다 대문 사이사이 꽃들이 바람에 서걱거리고 있다 저문 들길을 걷다가 마른 쑥부쟁이 꽃을 본 적 있다 향기 피워낸 자리마다 쪼그라든 생을 붙잡고 있었다 잎과 잎이 빛과 바람을 들이고 낼 적마다 영겁(永劫)의 각질이 한 겹 한 겹 쌓여가고 있었다 빛과 바람은 쑥부쟁이 꽃을 쪼그라들게 한 욕망이다 팔순 아버지의 얼굴에도 마른 꽃이 피어 있다 하늘의 별들이 명멸하고 수심(愁心)이 비바람처럼 가슴 속을 들락거리는 동안 거뭇거뭇 마른 꽃이 피어났다 대문에 번지는 저 녹물은 수심의 그늘 저물녘 새 한 마리가 마른 꽃을 쪼고 있다 저 새 또한 우주의 문.. 2019. 12. 12. 이전 1 다음